연초 베트남 수출 지표를 하나씩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다시 들게 만드는 숫자가 있었다.
바로 1월 베트남 수산업 수출이다.
통상적으로 1월은 설 연휴 영향으로 생산과 선적이 끊기기 쉬운 시기다.
그래서 ‘조용한 달’로 분류된다.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베트남 수산물 가공·수출협회(VASEP)에 따르면 2026년 1월 수산물 수출액은 약 8억 7,400만 달러(USD)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다. 환율을 1달러 = 26,000동으로 단순 환산하면 약 22.7조 동(VND) 규모다.
연초부터 두 자릿수 성장.
숫자만 보면 ‘확실히 살아나는구나’라는 느낌이 든다.
다만 시장은 언제나 그렇듯, 한 발짝 물러서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것이 구조적 회복인지, 아니면 명절 특수에 따른 일시적 반등인지 말이다.
시장별로 보면 답이 보인다 – 아시아가 이끌었다
이번 증가세는 특정 지역이 확실히 끌어줬다. 바로 아시아다.
중국(홍콩 포함)은 약 2억 5,000만 달러, 전년 대비 +28.7% 증가하며 최대 시장 자리를 다시 굳혔다.
설 명절 수요 덕분에 새우, 특히 고급 새우와 랍스터 수요가 크게 늘었다.
기업들이 1월에 물량을 앞당겨 선적한 것도 한몫했다.
일본 역시 1억 4,600만 달러(+21.3%)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가공 새우, 냉동 팡가시우스 필렛, 오징어·문어 같은 제품군이 꾸준히 팔린다.
이 시장은 늘 그렇듯 ‘크게 튀지는 않지만 믿고 가는 시장’이다.
ASEAN은 6,900만 달러(+32.2%)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역내 소비 확대와 물류 접근성 개선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 보면 ‘베트남 → ASEAN 재수출’ 전략도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구간이다.
반대로 미국과 유럽은 여전히 부담
반면, 미국과 EU는 여전히 숙제다.
미국 수출은 9,600만 달러, 약 -10% 감소했다.
원인은 명확하다.
미국 해양포유류 보호법(MMPA) 규제와 COA 인증 요건 강화 때문이다.
특히 참치 수출이 크게 줄었다. 서류 하나 막히면 컨테이너가 멈추는 구조라,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 비용이 계속 늘어난다.
EU 역시 약 7,200만 달러(-6.3%)로 부진했다. 재고 부담과 소비 둔화, 그리고 불법어업(IUU) 옐로카드 이슈가 여전히 발목을 잡는다.
결국 그림은 단순하다. 아시아는 성장, 서구는 규제. 올해도 이 구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품목별 성적표 – 누가 벌어주고 있나
제품별로 보면 더 선명하다.
새우가 여전히 주력이다.
3억 3,100만 달러(+6.4%), 전체의 약 38%를 차지한다.
중국과 일본 덕을 많이 봤다.
다만 미국의 반덤핑 관세 발표가 예정돼 있어 향후 변동성은 남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스타는 팡가시우스(까짜)다.
1억 7,700만 달러(+33.2%). 체감상 ‘회복’이 아니라 ‘급반등’에 가깝다.
가격 경쟁력과 대체 단백질 수요가 맞물리면서 수요가 빠르게 돌아오고 있다.
오징어·문어도 6,900만 달러(+30.9%)로 강세다.
반면 참치, 게·갑각류, 패류는 감소세다.
즉, 잘 되는 품목과 안 되는 품목이 명확히 갈리는 장세다.
그래서, 2월 이후 전망은 어떨까
문제는 여기부터다.
2월은 설 연휴 영향으로 생산과 선적이 줄어드는 달이다.
여기에 미국 관세 변수, 인증 지연, 중국의 재고 소진 구간까지 겹친다.
단기적으로는 수출액이 다시 꺾일 가능성이 높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본다.
1월 수치는 ‘턴어라운드 신호’로 볼 수 있지만, ‘추세 전환 확정’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조금 더 데이터를 쌓아봐야 한다.
투자 관점에서 체크할 포인트
베트남 수산업 수출이 다시 살아난다는 건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가 있다.
수산 가공기업 실적, 냉동·물류 업체, 사료·양식 기업, 포장재 기업까지 줄줄이 연결된다.
즉 하나의 산업 체인이 통째로 움직인다.
따라서 앞으로는 다음을 지켜보면 좋겠다.
- 중국 수요 지속 여부
- 미국 규제 완화 혹은 추가 강화
- 팡가시우스 가격 흐름
- 주요 수산 가공기업 분기 실적
이 네 가지만 꾸준히 추적해도 산업 방향성은 충분히 읽힌다.
마무리 한 줄
베트남 수산업 수출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만, 아직은 봄이라기보다는 ‘해빙기’에 가깝다.
얼음이 녹는 소리가 들리는 단계다.
조급할 필요는 없다. 숫자를 천천히 쌓아가며 확인하면 된다.
투자는 늘 그렇듯, 서두르지 않는 사람이 결국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