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회사채 시장, 산업 자금은 아직 멀다
베트남에 오래 머물다 보면 이런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거리에는 공장이 늘고, 산업단지는 계속 확장되고, 신규 외국인 투자는 꾸준히 들어오는데… 정작 기업들이 “돈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 간극의 핵심에는 바로 베트남 회사채 시장이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시장은 이미 회복 국면입니다. 발행 규모도 늘었고, 투자 심리도 살아났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고개가 갸웃해집니다.
“돈은 늘었는데, 왜 생산기업에는 잘 안 흐를까?”
이번 글에서는 베트남 회사채 시장의 현재 위치를 숫자와 구조로 짚어보고, 이것이 앞으로 베트남 산업과 투자 기회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차분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발행 규모는 확실히 살아났다
2025년 베트남 회사채 시장은 분명 ‘양적 회복’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 총 발행 규모: 약 630조 VND
- 전년 대비: +32% 성장
침체기 이후 투자 심리가 돌아왔다는 신호입니다.
중·장기 자금 조달 수단으로 회사채가 다시 기능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과거 몇 년간 부동산 리스크와 디폴트 이슈로 얼어붙었던 시장을 생각하면, 이 정도 회복만으로도 체력은 꽤 돌아온 셈입니다.
하지만 숫자만 보면 착시가 생깁니다.
‘누가 발행했는가’를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타납니다.
2. 은행 68%… 사실상 금융권 내부 시장
발행 구조를 보면 대부분이 금융기관입니다.
- 은행·금융기관 비중: 약 68%
- 제조·산업 기업: 매우 제한적
이 말은 간단합니다.
회사채가 산업 자금이 아니라 ‘금융권 내부 자금 순환’에 가깝다는 뜻입니다.
은행이 발행하고, 다시 금융권이 사는 구조라면, 실물경제로 흘러가는 자금의 통로로 보기 어렵습니다.
원래 회사채 시장의 본래 목적은 이렇습니다.
- 공장 증설
- 설비 투자
- 인프라 구축
- 장기 CAPEX 투자
즉, ‘생산’을 위한 돈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베트남 회사채 시장은 아직 그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3. 아직 갈 길 먼 시장 규모… GDP 대비 10% 수준
또 하나 중요한 지표가 있습니다.
현재 베트남 회사채 잔액은 GDP 대비 약 10% 수준입니다.
정부 목표는 2030년까지 25%.
아직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이 숫자는 두 가지를 동시에 말해줍니다.
첫째, 아직 미성숙한 시장이다.
둘째, 성장 여지는 매우 크다.
조금 거칠게 표현하면, “이제 겨우 기초 공사 단계”라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4. 시장이 커지려면 ‘좋은 기업’이 들어와야 한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병목은 ‘상품 부족’입니다.
현재 시장의 주된 발행 주체는
- 은행
- 부동산
- 증권사
이 세 그룹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반대로,
- 제조업
- 수출기업
- 산업 인프라 기업
- 글로벌 밸류체인 편입 기업
이런 회사들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좁고, 시장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특정 업종에 집중됩니다.
결국 해답은 단순합니다.
재무 건전하고 투명한 ‘생산기업’이 대거 들어와야 시장이 건강해진다.
그래야 업종별 금리 기준(금리 커브)도 만들어지고, 자금 조달 비용도 합리화됩니다.
5. 진짜 열쇠는 보험·연금 자금이다
공급만 늘어서는 부족합니다. 수요도 중요합니다.
현재 회사채 매수의 상당 부분을 여전히 은행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구조는 위험합니다.
한쪽이 흔들리면 시장 전체가 같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주목받는 주체가 있습니다.
- 보험사
- 연금 펀드
- 장기 투자 펀드
이들은
- 장기 자금 보유
- 안정적 현금 흐름
- 7년 이상 만기 선호
즉, 회사채와 궁합이 가장 좋은 투자자입니다.
실제로 보험사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아직도 예금·국채 비중이 높습니다.
말 그대로 “들어올 여지가 매우 큰 잠재 수요”입니다.
이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면 베트남 회사채 시장은 질적으로 완전히 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6. 결국 핵심은 제도와 인프라
아무리 수요와 공급이 준비돼도, 제도가 받쳐주지 않으면 시장은 크지 못합니다.
현재 베트남 회사채 시장의 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유동성 부족
- 표준화된 가격 산정 체계 미흡
- 회사채 레포(Repo) 시장 부재
- 채권자 보호 장치 약함
- 부실 기업 처리 절차 느림
투자자는 ‘수익’보다 먼저 ‘안전’을 봅니다.
제도가 신뢰를 주지 못하면 돈은 절대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단순한 회복이 아니라 구조 개편의 시기, 말 그대로 ‘리빌딩 단계’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7. 투자자 관점에서 무엇을 봐야 할까
정리해 보면 흐름은 명확합니다.
- 발행 규모는 회복
- 구조는 아직 금융 중심
- 산업 자금 역할은 제한적
- 그러나 성장 잠재력 매우 큼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봅니다.
베트남 회사채 시장은 아직 완성된 시장이 아니라 ‘초기 성장주’에 가깝다.
즉, 지금은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구조 변화를 관찰해야 할 시기입니다.
앞으로 체크할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 제조·산업 기업 발행 증가 여부
- 보험·연금 자금 유입 속도
- 법·제도 개선 진척 상황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움직이면, 베트남 자본시장은 한 단계 도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
지금의 베트남 회사채 시장은 ‘회복’과 ‘한계’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숫자는 좋아졌지만, 아직 산업을 살리는 진짜 자금 시장이라고 부르기엔 부족합니다.
다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은행 중심 → 자본시장 중심 → 산업 투자 확대
이 흐름은 결국 베트남 경제 체질을 바꾸는 과정입니다.
조금 느리지만, 확실하게 가고 있습니다.
급등하는 주가보다, 이런 ‘돈의 흐름’이 더 오래갑니다.
그리고 보통 기회는 이런 구조 변화 초입에서 생깁니다.
베트남을 장기적으로 보는 투자자라면, 이제 주식 차트만이 아니라 베트남 회사채 시장도 함께 체크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