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5일, Vingroup 산하 VinSpeed가 북–남 고속철도 투자 등록을 철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장 마감 직전, 이 소식은 곧바로 주가로 반영됐다.
Vingroup(VIC), Vinhomes(VHM), Vincom Retail(VRE) 등 이른바 ‘그룹 빈(Vin)’ 계열 주식은 일제히 급락했고, 시장은 이를 단순한 악재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결정을 조금만 넓은 시야로 보면, 이번 선택은 ‘포기’라기보다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에서 한 발 물러나, 이미 실행 단계에 들어간 인프라에 집중하겠다는 판단에 가깝다.
왜 VinSpeed는 북–남 고속철에서 물러났나
Vingroup은 정부에 제출한 공식 공문에서 이번 철회 결정의 이유를 비교적 명확히 밝혔다.
핵심은 자원 배분이다.
북–남 고속철은 총 연장 1.500km가 넘는, 베트남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국가 인프라 사업이다.
투자금, 정치적 조율, 장기 운영 리스크까지 고려하면 민간 기업 입장에서 감당해야 할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VinSpeed는 이 프로젝트에서 물러나는 대신, 이미 정부로부터 역할이 정해졌거나 실질적 진척이 이뤄지고 있는 전략 인프라 프로젝트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선택을 했다.
철수 이후에도 남아 있는 ‘200조 동 이상’ 철도 프로젝트들
① 호치민 – 껀저(Bến Thành – Cần Giờ) 도시철도
VinSpeed는 현재 호치민 도심과 껀저를 잇는 도시철도 노선의 전면 민간 시행자다. 이 노선은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민간 기업이 전 과정을 주도하는 도시철도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 노선 길이: 약 54km
- 설계 속도: 최대 350km/h
- 총 투자액: 약 102조 4,300억 동
- 목표 완공 시점: 2028년 4분기
이미 2025년 12월 19일 착공에 들어갔으며, 단순 제안 단계가 아닌 실행 단계에 진입한 사업이다.
② 하노이 – 꽝닌 고속철도
또 하나의 핵심 프로젝트는 하노이 – 꽝닌 고속철도다.
이 노선은 이미 정부의 철도망 중장기 계획(2021–2030, 2050 비전)에 포함된 상태다.
- 총 투자액: 약 138조 9,300억 동
- 노선 길이: 120,4km
- 설계 속도: 350km/h
- 주요 경유지: 하노이, 박닌, 하이퐁, 꽝닌
VinSpeed는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공개하며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고, 계획대로라면 2027년 시운전, 2028년 상업 운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숫자로 보면 달라지는 해석
북–남 고속철에서 철수했지만, VinSpeed가 여전히 추진 중이거나 제안한 철도 프로젝트의 규모를 합치면 200조 동을 훌쩍 넘는다.
즉, 이번 결정은 철도 산업 자체에서 물러난 것이 아니라, ‘국가 상징 프로젝트’보다 ‘실행 가능한 구간’을 선택한 재배치에 가깝다.
현지 베트남 투자자들의 반응은 어땠나
흥미로운 점은, 이 소식에 대한 베트남 현지 투자자들의 반응이 한 방향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와 댓글을 보면, 크게 세 가지 시선이 공존한다.
1️⃣ 냉소와 불신의 시선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결정을 기업의 판단보다는 정치·권력 구조의 문제로 해석했다.
“Vin이 빠지면, 결국 또 부패 논리가 작동할 것이다. 돈은 위로 올라가고, 프로젝트 지연과 비용 증가는 항상 ‘외부 요인’ 탓이 된다.”
이들은 VinSpeed의 철수를 ‘후퇴’라기보다, 판이 더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2️⃣ 국가 시스템 관점의 해석
다른 한편에서는 비교적 냉정한 시각도 존재한다.
“북–남 고속철은 한 기업이 맡기엔 너무 크다. 국가 입장에서 특정 기업 의존을 피하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이 그룹은 이번 결정을 정책적 역할 분담의 결과로 본다. VinSpeed의 철수는 실패가 아니라, 애초에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해석이다.
3️⃣ 실용적 투자자들의 평가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북–남 고속철은 수익성이 낮다. Vin이 잘하는 건 대형 도시 개발, 산업, 에너지다. 이번 결정은 주주 입장에선 리스크를 덜어낸 선택이다.”
이들은 이날 장 막판의 급락을 단기 감정적 매도로 평가하며, 기업의 중장기 전략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고 본다.
정리하며
이번 VinSpeed의 북–남 고속철 투자 철회는 단순히 ‘사업 하나를 접었다’는 뉴스로 끝나지 않는다. 이는 베트남에서 초대형 인프라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맡아야 하는가라는 구조적 질문을 다시 드러낸 사건이다.
VinSpeed는 철도에서 물러난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철도에 집중하는 길을 택했다. 시장은 단기적으로 흔들렸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번 선택이 어떤 의미였는지는 보다 분명해질 것이다.
철수인가, 선택과 집중인가. 이번 결정은 그 질문을 다시 한 번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