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고속철도, 하노이와 호찌민 사이 1,541km를 잇는 북–남 축은 베트남 경제·인구의 60% 이상을 담고 있지만, 기존 단선 철도는 시속 50km 남짓으로 하루 30시간이 걸립니다.
국도 1A와 항공 노선은 이미 포화 상태이고 물류비용은 GDP의 16% 선에서 좀처럼 줄지 않고 있습니다.
성장의 병목을 해소하고 지역 균형 발전·국가 안보까지 담보하기 위한 ‘속도와 용량’ 해법이 바로 고속철입니다.
국회가 2024년 11월 사업을 공식 승인하면서, 베트남의 20년 숙원이 다시 시동을 걸었습니다.
1. 베트남 고속철도 추진의 굴곡 – 2005년 ~ 2024년
2005년 일본 신칸센 모델을 참고한 380억 달러 초안이 첫선을 보였고, 2008~2010년엔 560억 달러 안이 정부 의제로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2010년 6월 국회는 “GDP의 절반이 넘는 규모”라는 이유로 부결시켰습니다.
이후 정부는 ‘경제력 축적 후 재추진’ 로드맵을 채택해 예비타당성(2018), PPP 모델 검토(2019)를 거쳤고, 제15기 국회가 2024년 11월 670억 달러 안을 통과시키면서 사업이 공식 부활했습니다.
2. 베트남 고속철도 설계·시공 구상 – 320km/h·5시간
북–남 본선은 하노이 응옥호이부터 호찌민 투티엠까지 1,541km, 여객역 23개·화물역 5개가 계획돼 있습니다.
설계 속도는 시속 320~350km(도심 200km/h)로, 1단계(하노이–빈 & 호찌민–나짱)를 2026~2035년에 우선 개통하고 2045년 전 구간을 완공할 예정입니다.
3. 베트남 고속철도 재원구조 – ‘국가 + PPP’
승인 예산은 약 670억 달러로 추산되며, 정부는 국가예산·국채·지방예산에 민관협력(PPP·BOT·BT)를 병행하는 혼합 모델을 택했습니다.
2019년 PPP 초안은 “인프라(국가)–차량·시스템(민자)”을 분할해 위험을 줄이는 구조였습니다.
최근 GDP 확대(2027년 5,640억 달러 전망)와 국채 여력이 늘면서 국내 조달 비중을 키우자는 논의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4. 기술·금융 파트너 – 일본·한국·중국 그리고 유럽
고속철을 둘러싼 외교전도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일본은 신칸센의 안전성과 낮은 유지보수를 내세우지만, 차관 조건과 비용이 걸림돌입니다.
한국은 KTX-II 기술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단가와 운영 경험을 강조하며 2025년 3월 ‘한-베 철도협력포럼’ MOU를 체결했습니다.
중국은 2025년 4월 시진핑 국빈방문 때 광시·선전 연계선의 타당성조사 비용을 지원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유럽(독일·스페인) 업체들은 신호·차량 시스템 컨소시엄 참여를 타진하고 있지만, 금융 패키지가 제한적입니다.
점점 뚜렷해지는 정부 방침: “1국 의존을 피하고 국제 경쟁입찰로 표준을 통일”.
5. 민간의 새로운 변수 – VinSpeed 등장
2025년 5월, 빈그룹 회장 팜녓브엉이 설립한 VinSpeed High‑Speed Rail Investment & Development JSC가 국회 승인안과 별도로 6 10 억 달러 (US$ 61billion) 규모의 민간 주도 모델을 제안했습니다.
VinSpeed는
- 2025년 12월 착공 → 2030년 전 구간 완공을 목표로 제시하고,
- 고속철 차량·부품을 국내 생산(빈패스트, Hoa Phat, THACO 등)과 연계해 국산화율 70%를 약속하며,
- 정부에 “토지보상·노선권 확보, 장기 차관 보증”을 요구했습니다.
이 제안은 투자 속도를 앞당길 수 있다는 기대와 “공공 인프라를 대기업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는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습니다.
정부는 현재 교통부·기획투자부를 중심으로 VinSpeed 안과 기존 PPP 안의 정합성을 검토 중입니다.
6. 앞으로의 일정과 난제
2025년 하반기에는 노선별 기본설계·환경평가가 마무리되고, 2026년 말 첫 터널 공사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재원 확정·용지 보상·다국간 기술 표준 통일이 여전히 큰 과제입니다.
특히 12만 가구에 달하는 이주 보상, 중부 산악지대의 환경 훼손, 각국 장비 간 호환성 문제는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를 것입니다.
결론
2010년 좌절을 딛고 2024년 다시 출발선에 선 베트남 고속철은, 정부·외국 파트너·국내 대기업 VinSpeed가 얽힌 다중 레이어 게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2030년대 중반 하노이–호찌민을 5시간으로 잇는 ‘베트남형 고속경제회랑’이 현실화된다면, 물류 혁신과 지역 균형 발전, 산업 고도화의 시너지가 베트남 경제의 다음 도약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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