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가 추진 중인 유류 가격 자율화는 단순히 기름값을 기업에 맡긴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이는 수년간 국가가 가격을 직접 조정해온 방식에서 벗어나, 시장 원리에 보다 가까운 체계로 이동하겠다는 신호다.
특히 2026년을 기점으로 시행이 예고된 제도 변화는 베트남 에너지 정책 전반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가격 ‘통제’에서 ‘감독’으로 바뀌는 역할
기존 베트남 유류 정책은 정부가 가격 결정의 중심에 서는 구조였다.
유류는 생활 전반과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 자산이기 때문에, 가격 변동이 물가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그러나 이번 개편의 핵심은 역할 전환이다.
베트남 유류 가격 자율화가 시행되면, 가격은 기업이 결정하되 국가는 이를 사후적으로 감독하는 구조로 바뀐다.
기업이 가격을 조정할 경우 사전에 신고·기재해야 하며, 시장 평균 대비 과도하거나 비정상적인 수준이 감지되면 즉각적인 점검과 소명 절차가 가동된다.
이는 가격을 ‘정하지 않는 것’이지, 시장을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 정책의 초점은 행정 통제에서 투명성·책임성 중심의 관리로 이동하고 있다.
경쟁이 살아날 수 있을까?
정부가 기대하는 가장 큰 효과는 경쟁 활성화다.
베트남 유류 시장은 그동안 일부 대형 기업 중심으로 공급과 유통이 이루어지며 가격 경쟁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가격 자율화가 현실화될 경우, 기업은 단순히 가격을 따르기보다 비용 구조와 물류 효율, 서비스 품질을 스스로 개선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가격이 수요·공급을 더 빠르게 반영하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베트남 유류 시장 경쟁 구조를 한 단계 진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시장 참여자의 수, 유통망 집중도, 지역별 독과점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가격 자율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제도 변화만으로 경쟁이 자동으로 만들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유류는 여전히 ‘전략 자산’이다
유류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생산 비용, 물류비, 교통비, 소비자 물가 전반에 직결되는 요소다.
베트남처럼 제조업과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유류 가격 변동의 파급력은 더욱 크다.
이 때문에 베트남 에너지 정책은 자율화와 안정성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균형을 요구받는다.
중동 지역 갈등, 글로벌 공급망 차질, 국제 유가 급등락과 같은 외부 변수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을 전적으로 시장에 맡길 경우 단기 충격이 확대될 위험도 존재한다.
가격 안정 장치, 여전히 유효할까?
이번 제도 개편에서 또 하나의 핵심은 유류 가격 안정 기금이다.
기존처럼 기업이 분산 보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가 관리 계정으로 일원화해 운용하되 예산과는 분리하는 구조가 논의되고 있다.
이는 가격 자율화를 추진하되, 극단적인 변동 상황에서는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안전판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실제로 어떤 조건에서, 어느 수준의 가격 변동이 발생해야 기금이 사용되는지에 따라 제도의 신뢰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자율화와 개입의 경계가 모호할수록 시장은 불확실성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명확한 기준과 투명한 운용 원칙이 병행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는 반감될 가능성이 있다.
2026년 이후를 바라보는 시선
베트남 유류 가격 자율화는 가격 문제만의 논의가 아니다.
이는 베트남 유류 정책 변화의 방향, 나아가 에너지 시장 전반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2026년을 전후로 제도가 본격 시행된다면, 단기적으로는 가격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효율성, 기업 경쟁력, 정책 투명성을 시험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율화 자체’가 아니라, 자율화를 뒷받침할 감독 체계와 위기 대응 능력이다.
가격을 시장에 맡긴다는 결정은 시작일 뿐이며, 그 이후의 운영 방식이 베트남 에너지 시장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참고 자료: Doanh nghiệp tự quyết giá xăng dầu: Liệu thị trường có phát triển như kỳ vọ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