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두리안, 싸다고 다 좋은 걸까? 수출 구조의 진실
베트남은 이제 ‘두리안 강국’이라 불릴 만큼 두리안 생산과 수출이 크게 성장했습니다.
특히 Ri6 품종은 한때 중국 시장에서 ‘달고 맛있다’는 입소문으로 베트남산 두리안을 수출 효자 품목 반열에 올려놨습니다.
그런데 요즘 시장을 살펴보면 조금 아이러니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도매시장에는 두리안이 풍년처럼 쏟아져 나와 가격은 싸졌는데, 정작 수출업자들은 수입까지 해서 다시 수출하는 웃픈 현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 베트남 두리안 2025년 상반기 수출·수입 실적
베트남 무역총국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2025년 1~4월 두리안 수출액은 약 1억 3천만 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 5억 달러에 비하면 무려 70% 가까이 급감했습니다.
주요 원인은 중국이 카드뮴(Cd)과 색소 O 검역 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검역 탈락 물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은 약 930만 달러, 2024년 동기 대비 518% 증가, 즉 무려 6배나 늘었습니다.
📦 베트남 두리안, 모두 같은 두리안이 아니다
많은 분들이 두리안을 하나로 보지만, 실제로는 품종에 따라 맛과 향, 가격, 수출 가능성이 완전히 다릅니다.
✅ Ri6
- 베트남 수출 주력 품종으로 전체 재배의 80~85% 차지
- 중국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았으나 최근 검역 강화로 탈락률 상승
✅ Monthong(몬통)
- 태국산 고급 품종, 과육이 단단하고 씨가 작음
✅ Musang King(무샹킹):
- 말레이시아산 프리미엄 품종, 향과 풍미가 깊어 최고가로 거래
📉 Ri6는 왜 이렇게 싸게 풀리는 걸까?
2025년 7월 기준,
호찌민 도매시장 Ri6 가격은 kg당 35,000~80,000동 수준으로, 불과 1~2년 전과 비교하면 30% 이상 하락한 셈입니다.
이 물량은 애초에 내수용이 아니라 수출용으로 재배한 물량입니다.
그러나 최근 검역 기준이 강화되면서 전체 수출용 물량의 약 25~30%가 품질 선별에서 탈락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물량들이 내수로 흘러들어오니 시장에선 두리안이 풍년처럼 넘쳐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수출 못 간 물량의 ‘정크(저품질)’가 국내로 쏟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 그런데 왜 수입까지 해서 다시 수출할까?
여기서 핵심은 수출업자들이 고객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수입까지 감수한다는 점입니다.
Ri6만으로는 해외 바이어가 원하는 품질과 물량을 다 맞출 수 없게 되자, 수출업자들은 Musang King, Monthong 같은 고급 품종을 태국·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선별·가공한 뒤 다시 중국·홍콩·싱가포르 등으로 재수출합니다.
실제로 2025년 1~4월 두리안 수입액은 930만 달러로, 2024년 같은 기간보다 6배 이상 늘었습니다.
📌 같은 두리안, 다른 가치
정리하자면,
- Ri6: 대규모로 키웠지만 검역·품질 미달로 해외 못 나간 물량이 내수로 쏟아짐 → 가격 급락
- Musang King·Monthong 등 고급 품종: 수입해서라도 품질 기준 맞춰 재수출 → 바이어 신뢰 유지
즉, 시장에 두리안이 싸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닙니다.
싸게 사는 게 아니라, 품질 미달분을 정가에 사먹는 셈이 되는 겁니다.
🗒️ 베트남 두리안 전통 품종, 프리미엄으로 귀환
한편 최근 베트남 기사에 따르면 한때 씨가 크고 생산성이 낮아 베어졌던 싸우후(Sáu Hữu), 추엉보(Chuồng Bò) 같은 전통 품종이 ‘로컬 프리미엄’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런 품종은 생산량이 적고 유기농 인증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kg당 16만~20만동으로 Ri6보다 2~3배 비싼 값에 판매됩니다.
대량 상업화는 어렵지만, 품질과 스토리를 사는 고객층이 점점 늘고 있죠.
🤔 제 생각
이쯤 되면 같은 베트남 두리안이라도
✅ 누가 어떻게 재배했는지,
✅ 어디로 수출·수입되었는지,
✅ 품종과 검역 기준은 무엇이었는지,
이런 것들을 제대로 알아야 진짜로 ‘잘 샀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싸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올여름 두리안 한 입 베어 물기 전에, 라벨과 산지, 품종, 그리고 그 뒤에 숨은 수출·수입 흐름까지 한 번쯤은 들여다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저도 두리안을 좋아하지만, 싸다고 무조건 가성비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